
KURODA: 일본 장갑의 고장에서 만든 가죽 장갑
일본의 장갑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요? 추운 북쪽 지방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일본 장갑의 고장은 따뜻한 가가와현의 히가시카가와로, 일본 장갑의 약 90%가 이곳에서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40년 넘게 가죽 장갑을 만들어 온 KURODA를 찾았습니다.

대표인 Tanatsugu 씨와 경영기획 책임자 Satake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KURODA 장갑을 끼면 손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듯하고, 우아하게 가늘어지는 손가락 라인과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장갑 마을이 탄생하기까지
이야기는 메이지 시대, 두 남자에게서 시작됩니다. 이 지역의 한 승려가 사랑에 빠져 오사카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고, 그곳에서 메리야스 원단을, 이어서 장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는 젊은 친척들을 불러 일을 돕게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사촌 Tatsukichi Tanatsugu였습니다. 승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Tatsukichi는 고향으로 돌아와 이 지역에 장갑 만들기를 뿌리내렸어요. "이 지역에는 소금, 사탕수수, 농사밖에 없어서 가난했어요. 장갑은 농한기의 부업으로 퍼져 나갔죠."

Tatsukichi는 Tanatsugu 씨의 증조할아버지입니다. "어릴 땐 정말 싫었어요." 그가 웃으며 말합니다. "다들 제가 장갑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일하는 고된 일로만 보였거든요." 학교를 졸업한 뒤 전혀 다른 일을 했지만,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 KURODA에 입사해 오랫동안 영업을 맡았습니다. 44세 때 창업자가 갑자기 말했어요. "4월부터 자네가 사장이야." 혈연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아 온 그의 노력이 이끌어 낸 자리였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
KURODA를 일군 사람은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Kuroda 씨입니다. "업계에서는 꽤 별난 사람이에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죠." 1986년, 직원이 겨우 십여 명이던 KURODA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매우 이른 시기에 상하이에 공장을 열었습니다. 일본인 기술자들이 몇 달씩 머물며 직원들을 교육했고, 품질은 눈에 띄게 올라갔어요. 지금은 중국 공장이 해외 생산의 약 80%를 맡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인도에도 진출했는데, 종교 축제 때문에 인원이 다 모이는 날이 드물었고 공장을 짓는 데만 3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많았어요. "돌이켜 보면 재미있었어요. 가서 서툰 영어로 언쟁하고 돌아오곤 했죠." 그가 웃습니다. "무역 회사는 절대 쓰지 않아요. 모든 협상을 직접 합니다." 2017년에는 미얀마에 공장을 열었고, 지금은 연수생들이 1년간 일본에 와서 기술을 배워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일본의 만들기가 특별한 이유
KURODA의 해외 공장은 자사 공장으로, 자사의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품질도 일본 생산품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만든 장갑은 무엇이 다를까요? "일본 장인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Tanatsugu 씨는 말합니다. "골프 장갑을 만들 때도 실제로 플레이할 때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죠. 일본 소비자들은 눈이 높아서, 장인들도 자연스럽게 디테일을 다듬게 됩니다."

착용감을 향한 집념
무엇보다 KURODA가 추구하는 것은 손에 끼었을 때의 느낌입니다. 캐시미어 같은 안감도 있지만, 진짜 비결은 가죽에 있어요. "수입한 가죽을 한 장 한 장 무게를 재고, 부드럽게 만들어 늘린 다음 직접 재가공합니다. 이 한 공정이 저희를 차별화하죠. 장갑용 가죽은 부드럽고 손에 꼭 맞아야 하기 때문에 섬유를 풀어 줘야 해요. 이걸 건너뛰면 장갑이 금세 형태를 잃어요."

한 공정씩, 손으로
장인은 미리 늘려 둔 가죽 위에 재단 틀을 올려놓고, 낭비가 없도록 가죽의 주름을 읽어 가며 배치한 뒤 프레스로 재단합니다. 엄지를 먼저 꿰매 달고, 이어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정성껏 박음질해요. "장갑은 손에 끼는 것이라 모든 디테일이 눈에 띄어요. 옷을 꿰매는 것보다 훨씬 어렵죠." 패션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장인의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달군 금속 틀을 장갑 안에 끼워 모양을 잡으면, 매끄럽고 완벽한 장갑이 완성됩니다.





장갑이라면 KURODA
KURODA는 오랫동안 유명 브랜드의 장갑을 그 브랜드의 이름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만드는 건 할 수 있지만, 저희 이름은 알려지지 않아요. 궁극적으로는 '장갑' 하면 KURODA가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회사는 지금 자체 브랜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으로 해외 생산에 대한 저희의 시각이 바뀌었고, 일본의 만들기가 지닌 강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Tanatsugu 씨와 Satake 씨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