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mezaki Senko: 가고시마의 손으로 염색한 풍어기
동중국해를 마주한 가고시마현의 항구 도시 이치키쿠시키노는 '참치의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Kamezaki Senko 는 1869년부터 천을 염색해 왔어요.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방은 고기잡이배가 풍어를 축하하며 내거는 크고 화려한 깃발 tairyo-bata(풍어기)를 비롯해, 단오절의 무사 깃발, 핫피, 노렌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곳의 풍어기와 단오절 깃발은 가고시마현 전통 공예품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5대째 염색 장인이자 대표인 Kamezaki 씨에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 기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루시조메란?
공방의 전문 분야는 이름이나 문장, 도안을 천에 염색하는 일본의 전통 기법 shirushi-zome(시루시조메)입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Kamezaki 씨는 풍어기 작업 중이었어요. tsutsu(쓰쓰)라 불리는 원뿔 모양 도구로 흰 천 위에 방염 풀을 선처럼 짜내고 있었습니다. 쌀가루와 쌀겨, 석회로 만든 이 풀이 염료가 스며들지 않게 막아 주어, 완성된 깃발에서 윤곽선이 또렷한 흰색으로 드러나요.

이 방염 작업이야말로 기법의 핵심입니다. 염색하지 않을 부분을 얼마나 깔끔하게 지켜 내느냐가 관건이에요. 그가 따라 그리던 분홍색 밑그림은 4대째인 아버지가 그린 것으로, 글씨도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 글씨는 염색 공방마다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요즘은 디지털 서체를 쓰는 곳이 많지만 Kamezaki Senko는 지금도 직접 씁니다.

그는 힘들이지 않고 선을 그려 나가지만, 곧은 선 하나를 긋는 데 반년, 모든 것을 그릴 수 있게 되기까지 1년, 모든 선을 고르게 그리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풀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고 너무 빨리 마르면 번지기 때문에, 섬세함과 속도를 모두 갖춰야 하는 작업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그릇
풍어기와 무사 깃발은 새 배의 진수나 출항,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주문 제작하는 선물입니다. 이치키쿠시키노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원양 참치잡이 선단을 갖춘 곳이고, 규슈에서는 단오절을 성대하게 축하하기 때문에 한때는 주문이 끊이지 않아 공방이 늘 바빴다고 해요.

뜻밖에도 Kamezaki 씨는 마음을 비우고 그저 한 장 한 장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고 합니다. "솔직히 마음을 쏟아부을 시간이 없어요."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마음을 담는 건 선물하시는 분이에요. 저희 일은 그 마음을 담을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거죠."
손작업을 이어 가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주문은 크게 줄었습니다. 고기잡이배가 줄었고 생활 방식도 달라졌어요. 베란다에 거는 작은 단오절 깃발조차 아이의 이름을 내거는 것이나 집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꺼리는 가정이 늘면서 주문이 줄고 있습니다.

많은 염색 공방이 문을 닫는 가운데, Kamezaki 씨는 주문을 기다리기만 하지 않기로 했어요. 손작업을 이어 가기 위해 전통 기법으로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풀을 손으로 그리는 편이 형지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더 빠르고, 독창적인 디자인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는 시루시조메를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소매 브랜드 Kamezomeya를 선보였어요.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변해야 할 것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Kamezaki 씨는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며 아버지에게 사업을 넘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뒤로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디자인과 염색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 사업 기획에 AI까지 도입했어요. 주문 제작에서 재고를 갖춘 소매 제품으로 옮겨 가는 일은 쉽지 않았고, 처음에는 아버지도 반대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매가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앞으로 더 키워 나갈 계획이에요. "어느 시대에나 적응해 왔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들도 가업에 합류했고, 젊은 직원들도 활기차게 일하고 있습니다. Kamezaki 씨는 해외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요. 2017년에는 파리의 Japan Expo에 염색 체험 워크숍으로 참가했고, 이어서 리옹의 Japan Touch에도 초청받았습니다. 20세기 초 대만에 전해진 손염색 풍어기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대만의 한 단체를 돕기도 했어요. "변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고, 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는 자신의 회사만이 아니라 업계 전체를 생각합니다.

가업을 선택하기까지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젊을 때는 언제 도망칠까 그 생각만 했어요."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장남으로서 철들 무렵부터 '네가 후계자'라는 말을 들어 왔거든요. 그런 그를 바꾼 것은 결혼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었습니다. "저희가 손님께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손님들도 저희에게 정말 자주 고맙다고 해 주세요. 그러면서 이건 참 좋은 일이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지금은 네 아들의 아버지가 된 그는 업계와 다음 세대를 위해 이 기술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함께 물들인 기술과 마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풍어기가 완성되었습니다. 또렷한 흰 선과 고른 색, 염색 장인의 기술과 선물하는 이의 바람이 하나로 어우러진 깃발이었어요.

Kamezaki 씨는 옛 방식을 그저 지키기만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다음 세대로 이어 가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변화를 택하지요. 차분한 모습 뒤에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그의 손염색이 오래도록 대를 이어 가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내어 주신 Kamezaki 씨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