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rali: 롤러 날염으로 물들인 귀한 데누구이
hirali 브랜드, 그리고 자매 브랜드 Oo를 만드는 곳은 Takeno Senko입니다. 1961년 오사카 사카이에서 창업한 데누구이(일본 전통 면 수건) 제조사로, 뛰어난 롤러 날염 기술로 알려져 있어요. 흔히 오해받는 이 기법에 대해 알아보러 찾아갔는데, 저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데누구이를 물들이는 세 가지 방법
사카이는 수백 년 전부터 일본 전통 면직물인 데누구이로 유명했고,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많은 데누구이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공방도, 생산량도, 장인도 모두 줄어들고 있어요. 데누구이를 물들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Chusen(주염)은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겹겹이 쌓은 천 위로 염료를 부어 손으로 물들입니다.
- 스크린 날염 방식은 망사 스크린을 통해 안료나 염료를 밀어 넣습니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지 않아요.
- 롤러 날염은 Takeno Senko의 주특기로, 거대한 기계를 사용하며 깊은 경험과 감각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1만 장 이상의 대량 생산에 쓰여 왔기 때문에, 소량 주문이 많은 요즘과는 잘 맞지 않아요.


먼저 기계부터 배우다
대표인 Terada 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24세에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곧바로 대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먼저 기계 앞에서 수련하는 길을 택했어요. "기술도 기계도 모르는 사람의 말은 베테랑 장인들이 들어 주지 않으니까요." 27세에 대표가 되었을 때, 일본에 남은 롤러 날염 공방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이 기술이 완전히 사라질까 두려웠던 그는, 롤러 날염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어요.

기계에는 무늬를 새긴 롤러가 쓰입니다. 롤러에 염료를 묻히고, 칼날로 여분을 긁어낸 뒤, 롤러가 천에 무늬를 눌러 찍어요. 이 기계는 3단으로 되어 있어 세 가지 무늬를 한 번에 찍을 수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모든 공정이 장인의 경험에 달려 있고, 한 번의 실수로 수십, 수백 미터의 천이 못 쓰게 됩니다.

찍는 것이 아니라 물들이는 것
스크린 날염에는 보통 안료를 쓰는데, 안료는 표면에 얹히기 때문에 천이 약간 뻣뻣해집니다. 롤러 날염은 염료를 사용해 섬유 속까지 스며들게 하므로, 전통 방식으로 표백한 면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그래서 롤러 날염은 '인쇄'가 아니라 진정한 '염색'입니다. 게다가 롤러가 염료를 천에 눌러 넣기 때문에, 압력으로 염료가 스며드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Terada 씨는 바로 여기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롤러 날염의 상식을 깨다
첫 번째 돌파구는 앞뒤 양면에 같은 무늬가 나오는 롤러 날염 데누구이였습니다. 주염으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일이었죠. 롤러를 강하게 눌러 염료가 뒷면까지 고르게 스며들도록 한 것입니다. 압력은 기계 양쪽의 핸들을 손으로 돌려 감각으로 조절해요.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것
하지만 다른 기법으로도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해서는 롤러 날염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Terada 씨와 장인들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어요. 바로 앞뒤 색이 다른 데누구이입니다. 안정적으로 생산하기까지 약 3년이 걸렸습니다.

한 장의 천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물들이고, 앞뒤 무늬가 완벽하게 맞아야 합니다. 그다음 대부분의 제조사가 생략하는 증기 찌기 공정을 거치는데, 이 덕분에 염료가 단단히 고정되어 일반적인 염색 데누구이와 달리 처음에 따로 빨 필요가 없어요. 색도 또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각 면의 색은 뒷면 색의 영향을 받고, 증기로 찌고 나면 색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염료 배합은 끝없는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졌고, 한 통당 오차는 0.2g 이내로 관리합니다.


그렇게 2017년 2월, 두 브랜드 hirali와 Oo가 탄생했습니다. Takeno Senko만이, 그리고 롤러 날염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에요.

이것이 중요한 이유
무엇보다 Terada 씨는 사람들이 롤러 날염을 제대로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이름만 들으면 빠르고 기계적인 작업 같지만, 인내와 창의력을 갖춘 숙련된 장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장인이 없으면 이 기술은 사라집니다. 이곳 장인들의 평균 나이는 60세 정도. 그는 이 제품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을 알게 되고, 그중 누군가는 롤러 날염 장인이 되고 싶어 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디테일에 깃든 기술
갓 물들인 천은 안쪽에서 가열되는 드럼 건조기에 감기는데, 불의 세기는 작업마다 조절합니다. 염료를 긁어내는 칼날은 장인들이 직접 만들며, 그 모양이 결과물을 좌우해요. 레버 하나하나가 몇 센티미터 단위로 중요하고, 네 모서리의 압력 핸들이 염료가 스며드는 깊이를 결정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장인의 손끝에 달려 있어요.



이번 방문으로 날염 천에 대한 저희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주염, 스크린 날염, 롤러 날염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비슷해 보이는 데누구이도 실은 전혀 다를 수 있어요. 시간을 내주신 Terada 씨와 Takeno Senko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